
'배터리 솔루션 테스트베드 존(BST Zone)'.
충북 오창에 위치한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배터리산업지원센터 입구 팻말에 적힌 문구다. KETI는 충북테크노파크, 충청북도, 청주시 등과 함께 지난 4월 이곳에 소재부품 분석, 배터리 성능 평가, 화재 시험 등을 위한 시설을 개소했다.
센터는 배터리 소재부터 셀, 모듈, 팩 등 배터리 전주기를 아우르는 분석 및 시험, 평가 체계를 갖추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과 산업이 기초 체력과 기반을 갖춰 세계 무대로 진출할 수 있도록 후방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조용남 KETI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주로 기업들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소형 전지 위주로 구축됐었는데, 중대형 전지 업체들을 위한 설비 인프라는 부족했던 실정”이라며 “이곳 오창에 위치한 이차전지 특화단지에서 중대형 전지 대상 생애 전주기 평가분석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물 초입에 위치한 배터리성능평가동에 들어가니 국내 대기업들의 배터리에 대한 과충전, 압착, 고온 스트레스 평가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배터리의 기본 단위인 셀 단위부터 모듈 단위, 팩 단위까지 배터리에 전류를 흘려 배터리 충방전에 따른 수명을 확인하거나 극저온과 극고온 등 기상 환경에 따른 성능을 사전에 평가할 수 있다.
가로 5미터(m), 세로 3m, 높이 3m의 대형 챔버가 눈길을 끌었다. 버스에 들어가는 배터리 팩에 대한 성능평가를 위한 설비로, 일반 차량용 배터리 팩용인 가로 3m 챔버에 비해 가로 길이가 긴 게 특징이다.
조 수석연구원은 셀의 기술 완성도가 올라가야 모듈 성능을 높이고, 모듈도 기술 완성도가 올라가야 팩을 만들었을 때 원하는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서 각 단위별로 빈틈없이 검사 체계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월부터 협의를 마치고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 더 많은 기업들이 이곳 설비를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화재시험동은 방폭 시험공간과 관찰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배터리가 폭발해 화재가 일어나는 상황을 만들어서 연구하는 곳으로, 관찰공간과 시험공간 사이에는 3바(Bar)의 압력을 버티는 방탄유리와 40㎝ 두께 벽이 있어 안전한 시험이 가능하다.
조 수석연구원은 “배터리 화재 시험은 외부로 많은 연기를 배출하기 때문에 이곳 센터에서도 가장 대로나 주택가로부터 먼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배터리 소재와 부품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신소재 적용성을 검토하는 소재부품 연구동이 갖춰졌으며,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 받는 전고체 전지 연구동이 세워질 부지도 마련돼 있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고속 성장하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현재 진행형인 패러다임 변화로 배터리 기술 역시 지속적인 개선과 발전이 필수다.
KETI는 향후 센터를 '정책·기술·산업·교육'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핵심 거점으로 발전시키고, 국내 배터리 산업 신뢰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중추 역할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신희동 KETI 원장은 “이차전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단순한 양산 능력이 아니라, 그 기술이 얼마나 신뢰받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면서 “KETI는 단순한 장비 운영을 넘어 배터리 기술 신뢰도를 좌우하는 품질 기준을 세우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창(충북)=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