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장, “고교학점제 시대, 쉬운 과목보다 어려운 과목 도전해야”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장.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장.

입시제도에 변화가 생기면 학생과 학부모는 걱정이 앞선다. 여기저기서 관련 정보를 찾아 헤매지만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올해부터 도입된 고교학점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장은 “고교학점제는 시행하는 학교가 걱정할 일이지 부모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는 “성실하고 공부가 간절한 학생,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자세를 갖춘 이”라면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대학은 쉬운 과목만 선택한 학생보다 어려운 과목에 과감하게 도전한 학생을 선발할 것”이라고 했다.

-일반고 학업 중단자가 4년 전보다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내신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적용되면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반고 자퇴생이 늘어난 것은 2015년 정시가 확대되면서부터 시작됐다. 2018~2020년에 서울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자퇴생 늘고 있다는 이야기 나왔다. 고교 자퇴생 증가는 수능 확대 때문에 생긴 문제이지 내신 5등급제 때문에 생긴 문제는 아니다.

5등급제 되면 고교 자퇴생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숫자로 나타나는 정량 성적이 안 좋게 나오면 데미지가 크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은 교과평가로 조정이 될 것이다.

자퇴하고 정시를 준비하는 것보다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앞으로의 대입에 유리하다고 본다. 2028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한양대, 동국대 등 주요 대학이 정시 비율을 30%까지 줄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종합전형 비중이 올라갈 것이다. 대학에서 종합전형으로 붙을 만한 학생들은 다 수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신이 나빠서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학생들이 과연 공부를 의미있게 해내는 학생일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자퇴 후 수능이라는 길이 있지만, 상위권 대학들은 수능에서 미적분과 탐구를 보는데 성적이 없으니, 교과 평가를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학교 안 다니면 불리하다. 전공으로 생각하는 분야에서 꼭 필요한 과목, 대학이 제시한 과목을 이수하면서 학교를 끝까지 다니라고 조언하고 싶다. 자퇴하면 대학으로 가는 길이 더 좁아질 것이다.

[에듀플러스]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장, “고교학점제 시대, 쉬운 과목보다 어려운 과목 도전해야”

-지금 시대 학생이 갖춰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궁금한 것을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시험 점수가 높은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 시대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제도와 지식을 따라가게 되는데 이제는 그런 사람에게는 기회가 적은 시대다. 자신의 진로와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해 나가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새 정부의 교육 공약 가운데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 정책이 성공해서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동안의 논의에 의하면 지방대를 서울대로 키우는 비용, 교수 충원 등의 문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문을 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과 교수 확보, 배움의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 등의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그래야 좋은 교육 성과 나올 수 있다. 정책 자체는 좋은 메시지기는 하지만, 경쟁만 완화된 것만으로는 의미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앞으로 대학 입시 어떻게 나가야 한다고 보나.

▲세계적으로 보면 대학의 나노 디그리도 인정받고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온라인 학습도 사람들에게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태재대 등 소규모 대학들이 틈새 역할을 하게 되면 현재 국내 주요 대학들은 어떤 식으로 살아남게 될까. 우수한 학생을 어떤 방법으로 뽑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공통의 시험보다는 학교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학교 성적 평가의 신뢰성 담보가 관건이 될 것이다. 방법은 앞으로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수능의 힘을 낮추는 것이다. 그래야 학교가 돌아간다. 과목은 지금처럼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해야 학교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

-자녀 교육으로 고민하는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를 잘 이끌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아이는 스스로 자라는 것이지 부모가 끌고 가면 안 된다. 아이가 스스로 굴러갈 수 있게 키워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끌고 길을 제시하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기쁘게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배우고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없는데 부모가 끌고 가려고만 하면 성장을 멈춘다.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장=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교단에 섰다. 서울교육청 진학지도지원단 운영 위원장, 연합학력평가 출제위원장, 서울대 입학사정관, 2015 개정 교육과정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